[오마이뉴스 한림랩 뉴스룸] 바쁜데 젠더리빌 아이스크림? 서비스의 경계는 어디인가
  • 등록일 :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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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데 젠더리빌 아이스크림? 서비스의 경계는 어디인가

임산부 뱃속 아이 성별 따라 아이스크림 색깔 맞춰 담아주기도... 소비자에게도 '존중과 배려' 필요


서비스 직종에서 근무하다 보면 업장에서 정해진 매뉴얼과 다른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배달 음식을 시키며 요청 사항에 반찬을 조금 더 달라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연하게 만들어 달라거나 하는 것은 비교적 '양반'의 요구인 셈. 그러나 이처럼 매장 제공 서비스에 더해 추가적인 요청도 당연시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 매장 직원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고 있는 '젠더리빌 아이스크림'. 젠더리빌 아이스크림은 맛을 골라 담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임산부가 아이 성별이 적힌 쪽지를 종업원에게 전달한다. 종업원은 쪽지 속 성별에 맞춰 1개의 아이스크림 맛과 이를 가리는 하얀색 아이스크림 맛을 위로 쌓아 총 2층으로 담는 방식이다. 여자아이면 분홍색(체리, 딸기 맛 등), 남자아이면 파란색(블루베리, 소다 맛 등)을 담고 색이 보이지 않게 흰색 아이스크림(바닐라 맛)으로 덮는다.


SNS에서는 소비자들 사이에 "가성비 젠더리빌 이벤트"로 유행하며 "성공적인 젠더리빌 이벤트"를 위해 담는 꿀팁이 공유되고 있다. 이처럼 SNS를 중심으로 꿀팁 문화가 확산되며 소비자 맞춤형 요청은 점점 세분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귀엽고 재미있는 이벤트"라는 반응도 있지만, "서비스를 당연시하는 요구", "바쁜데 이런 주문이 들어오면 곤란하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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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빌 아이스크림을 요청하는 고객과 난감해하는 직원을 ChatGPT를 활용해 제작된 사진 ⓒ ChatGPT


실제로, 이처럼 서비스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현직 종사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원래 제공 서비스 범위를 벗어난 요구까지 '서비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탓이다. 특히 배달 플랫폼과 리뷰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일부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무리한 요구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카페와 PC방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임아무개(26)씨는 "PC방에서 1500짜리 얼음컵만 주문 후 요청사항에 물을 떠달라고 하거나, 1인 1메뉴가 원칙인 카페에서 50~60대 손님 4명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나눠 먹을 컵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요청 받을 때마다 어디까지가 서비스인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고객의 편의"를 넘어 매장 운영 원칙을 흔드는 요구도 적지 않다. 대형 화장품 드럭스토어 직원 최아무개(28·여)씨는 "박스를 뜯으면 환불이 불가능한 규정이 있지만, 쿠션 팩트 박스나 본품을 개봉 후 자신의 호수와 맞지 않거나 단순 변심으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심지어, 매장에서 품절된 상품이 재입고 되면 자신의 집까지 배송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도 있다. 직원들이 개봉 후 반품이나 환불이 불가한 드럭스토어 규정을 이유로 환불이 어렵다고 설명하면, "박스에 붙은 스티커 하나 떼어낸 것인데, 이 스티커는 다시 붙이면 되는데 왜 안 되냐"고 항의성 질문을 하는 고객도 나온다.


한 프랜차이즈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24)씨는 "이미 정해진 튀김 세트의 구성을 다른 종류로 바꿔달라거나, 떡볶이 주문 후 원래 들어가는 떡 개수에 맞게 밀떡 10개를 맞춰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튀김 세트의 경우 본사에서 이미 단가를 정해 판매한다. 떡볶이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 정량을 담아내는데 개인의 요청으로 특정 떡의 개수를 맞추는 건 무리한 요구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인 한 명의 요구에 불과하지만 다수의 소비자를 대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소비자들의 추가 요청이 발생한다면 감당하기 힘든 일상의 근무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공급자의 입장은 완전히 무시하는 '얌체'같은 소비자도 있다. "배달 앱에서 포장주문을 한 뒤 배달로 바꾸면서 배달 불가 지역인데도 사장님이 직접 배달해 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김씨는 "가능한 선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 하지만 도를 넘는 요구를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작은 서비스조차 꺼려지게 된다"고 전했다. 일부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는 업주의 피로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다른 고객들에게 제공되던 작은 호의와 서비스까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의 과도한 요구가 매장 직원의 단순 불편을 넘어 안전 규정을 침범하기도 한다.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최아무개(24)씨는 "아이 키 제한에 걸리는데도 태워달라며 사고가 나도 본인들이 책임지겠다는 부모들이 있었다"며 "규칙보다 고객 요구를 우선시하려는 분위기를 느낄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최씨는 부모에게 탑승 불가의 이유를 설명하며 기준 키보다 미달로 인해 해당 아이는 안전상의 이유로 탑승하지 못했다. 아이의 부모는 "놀이공원의 비싼 입장권을 내고 들어왔는데 이왕 다 태우고 싶다"며 타 놀이공원의 탑승물과 비교하면서 "거기서는 탔는데 왜 여기는 안 되냐"며 화를 내며 돌아섰다는 것이다.


소비자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사회인 만큼 책임 있는 소비 문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행한 '소비자문제연구'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의 책임 인식과 기업에 대한 신뢰는 지속가능한 소비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감을 가진 소비자일수록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소비를 한다는 의미이니, 소비자의 책임의식 강화가 시장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는 대목이다. 현장 종사자들 역시, "서비스와 배려가 강요가 아닌 상호 존중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소비자의 책임의식은 서비스 공급자들에게도 양호한 근무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서비스가 상대방의 노동 규칙, 안전까지 침범하는 순간 배려가 아닌 부담이 된다. 이에 따라,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현대 소비 사회의 필수 요소로, 그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붙이는 | 최보경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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